스쿨 데이즈 ㅡ 라는 이름의 거울 by DDal

스쿨데이즈 리뷰 - 책임 없는 남성상에 대한 혐오




zannah님의 포스팅을 보고 뒤늦게 스쿨데이즈를 접했습니다. 일단 다 보고나서 든 생각은 ㅡ 왜 내가 이제서야 이걸 봤을까.

스쿨 데이즈. 말 많고 탈 많은 작품이죠. 바로 얼마 전까지 원작 게임도, 애니메이션도 본 적 없는 저도 

주위에서 보고 듣는 것 만으로 대강 어떤 작품인진 잘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예, 그렇게 막장이니 고어데이즈니 해서 그저 자극적인 소재에만 의존한 작품인 줄 알았습니다.

DC에서 만든 스쿨데이즈 짤빵 덕에 대강의 스토리도 알고 있었구요.

하지만 1화부터 12화까지 다 감상하고 난 지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왜 요즘 그 노래 있죠? 2PM이 부른 '10점 만점에 10점' 이란 노래.  스쿨 데이즈엔 10점 만점에 11점 주겠습니다.


주인공인 마코토를 보고 사람들은 흔히들 '개' 라느니 '발정난 xx' 이라느니 많은 말이 오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코토의 문어발은 끝이란 걸 몰라서죠. 거기에 문어발로만 끝나지도 않구요.











친구 중에 마코토와 행색이 비슷한 친구가 두 명이 있습니다. 한 명은 아직도 연락을 하구요.

그런데 이 친구가 고등학교 때, 속되게 말해 후린다고 하죠? 여자를 수도 없이 후리고 다녔습니다. 여기선 임시로 A라고 하죠.


학원에서 그 A란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어느 여자애가 맘에 참 든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그러더니 한 달인가가 채 지나지 않아 분가분가에 성공. 저와 친구들 앞에서 경험담을 늘어 놓더군요.

이젠 다른 한 살 연상의 누나를 노려보겠다고 합니다.

그리고나서 몇 주 지났을까 ... 다시 와서 하는 말이,  어제 같이 잤답니다. 

그러자 다른 친구 한 놈이 그럼 김XX 어떠냐고. 그 애 이쁘지 않냐고, 이번 타깃으로 어떠냐 ㅡ 고 물어보자,

"걔? 걔도 벌써 안아봤다 임마"


대체 무슨 재주를 쓰는 지 걸리는 일도 없이 신기할 정도로 착착 잘 후리더군요.

그리고 학원을 그만두기 전까지의 그 수는 십 수명.

다른 친구들이나 저나 A 앞에선 여러 번 뭐라고 그랬죠. 니놈새낀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고.

그 누나도 그렇게 안봤는데 몸이나 그렇게 팍팍 내주고 존니 실망이라고.


하지만 A가 빠진 자리에서 하는 말은 다들 하나였습니다.

'부럽다 씨발'









스쿨 데이즈가 왜 보기 불편하고 거북하냐는 질문에 굳이 대답을 낸다면

그 알맹이가 한 없이 진실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서 말하는 진실은 앞에서 예시를 든 제 친구와 같은

행태가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또 하나의 나' 를 가슴 속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그 '또 하나의 나' 는 당신이 아침 잠에서 일어나려 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10분만 더 자자... 아직 몇시간 못잤잖아"

그 '또 하나의 나' 는 당신이 공부를 시작하려 할 때엔 이렇게 말합니다. " 공부는 내일하면 되잖아? 일단 조금만 쉬자구 "

그 '또 하나의 나' 는 당신이 친구와 다툴 때 이렇게 부추깁니다. " 내가 잘못한게 어딨어? 다 상대방 잘못이라구"

그 '또 하나의 나' 는 당신이 거짓말을 할 땐 이렇게 말합니다. "일단 이렇게 넘어가 두자고. 복잡해서 좋을 거 없잖아?"


스쿨 데이즈의 등장 인물들은 순간 순간의 ' 또 하나의 나 ' 에게 너무나도 쉽게 지고 맙니다.

' 코토노하와 사귀고 있긴 하지만 일단 세카이랑 있는 게 편하니까. ' ' 이건 됬는데 저건 안되겠어? '


책임감이라든가, 도덕이라든가, 이성이라든가, 사람들은 여러 지향성 있는 가치들 사이에 살고있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조금씩 무엇이 목적이고 무엇이 수단인지를 잊어버려 그 가치들 속에 '또 하나의 나' 를 묻어 버렸습니다.

결국 ' 또 하나의 나' 와 ' 진정한 나'를 구분하지 힘들게 되어버렸죠. 스쿨 데이즈는 이곳을 강하게 찌르고 있습니다.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에선 프리더같은 강한 적 혹은 라이벌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보이는 그대로가 전부가 아닙니다. 마인부우나 셀은 강력한 적으로 등장을 하지만

그건 겉으로 포장된 외면상의 모습일 뿐입니다. 가공할만한 힘 밑에 깔려진 마인부우와 셀의 실체는 '또 하나의 나' 입니다.


손오공과 그 친구들은 '또 하나의 나'를 이겨낼 수 있었기에 계속해서 수련하고 노력할 수 있었고

결국 셀과 마인부우를 상대로도 이길 수 있었습니다.

손오공이 '또 하나의 나' 에게조차 이기지 못하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있으십니까?


'또 하나의 나' 에게의 승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누구나가 가지고 있고 누구나가 바라는 것입니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는 그 점을 포착하여 주춧돌을 놓은 작품들이죠.








하지만 스쿨데이즈에서 빛나는 부분은 같은 사실을 정 반대로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외롭고 나약합니다. 그때 그때의 육욕에 쉽사리 넘어가고, 속 좁고,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눈꼴을 시리게 만들어버리고 불쾌하게 만듭니다.

왜냐면, 관객들은 마치 거울을 보는 듯 한 느낌을 받으니까요.


완결편인 12화 중반에 주인공인 마코토가 독백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 처음엔 보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어.

옆에 앉아서, 함께 점심 먹는 것만으로도 긴장됐어.

...

그게 언제부터일까.

만지고 싶고

끌어안고 싶다고.

,,,

그것만으론 참을 수 없어서

더욱

더더욱

...

그런 내 멋대로의 행동에 ......... '


그냥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한 시나 글귀와 비슷해 보이지만 1화 부터 11화까지의 스쿨 데이즈 시나리오와

이 독백 부분이 서로 얽히는 순간은 관객으로 하여금 강력한 감정을 끌어올리게 만들어줍니다.

스쿨데이즈의 시나리오 절정부 직전에 쏟아지는 이 독백은 스쿨데이즈의 절정이 의미있는 절정으로 꽃피울 수 있게 밀어주죠.

마코토의 한 발 한 발은 누구나가 내딛을 수 있는 한 발과 같은 거라고.


책임감? 이성? 실제로 그러한 고귀한 감정들을 빈틈없이 관리하고

매 순간의 욕망에 지지 않으며 컨트롤하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 것 같습니까?

당신이 학생이라면, 학업에 매진하여 장래희망을 달성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계십니까? 

당신이 성인이라면, 자기개발과 목표를 위해 스스로에게 부끄러움 없이 달려가고 계십니까?


그 대답은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면

'난 그렇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열에 한 두 명이 채 안된다는 것입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엔터테이먼트는 거의 대부분 드래곤볼과 같이 양지를 추구합니다.

그런데, 여기 음지를 바라보며 걷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매운 맛이 납니다. 동시에 신 맛도 나고 쓴 맛도 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가치가 있는 작품, 스쿨데이즈였습니다.







스쿨데이즈 OST - 32. Aoi Kajit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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